정호승 시인과 함께하는 지식세미나 & 저자와의 만남
청명했던 4월 13일, 대신금융그룹에서 마련한 2017년 첫 번째 ‘지식세미나 &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본사 5층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열두 번째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를 발표한 정호승 시인이 강연자로 나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사랑 받는 정호승 시인,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펼친 약 100분간의 힐링 테라피.
지혜의 숲에서 만난 사랑의 시인
빼곡히 꽂힌 책들, 테이블마다 넘실대는 대신인의 목소리. 본사 5층 라이브러리는 흡사 현대판 ‘아고라’를 연상시킨다. 탁 트인 창밖으로 봄 몸살을 앓는 명동성당이 내려다보인다. 난분분 흩어지는 벚꽃이 한층 봄 기운을 돋운다. 틈입한 봄볕이 길을 내며 지혜의 숲에 입장하듯 정호승 시인이 들어선다. 그의 발걸음이 머문 곳, 오늘 강연이 열리는 대강당이다.
이번 ‘지식세미나 & 저자와의 만남’ 행사는 독서, 공유, 학습 문화 정착을 위해 기획한 것으로 대신금융그룹 전 계열사 및 재경 지점에서 총 160여 명의 임직원이 참가 신청을 했다.
오후 4시, 대강당에 자리한 임직원들의 수런거림이 잦아들 즈음, 절절한 노랫소리가 스크린을 타고 흐른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가수 안치환이 노래한 ‘우리가 어느 별에서’이다. 완벽한 음향설비에 마치 청음회에 초청된 듯 마음을 내려놓는 사람들. 인사부 김성균 팀장이 행사 취지를 알리며 강연자를 소개한다. 큰 걸음으로 강단에 선 정호승 시인. ‘지금껏 와본 강연 장소 중 최고’라는 첫인상을 시작으로 마이크의 키를 높인다. 묵직한 음성이 한 템포 넉넉한 여유를 선사한다. 오늘 그가 들려줄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한마디’는 과연 무엇일까?
그늘과 눈물 속에서만 꽃피는 사랑
무한 경쟁에 내몰려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과연 어떠한가? 혹시 소중한 뭔가를 잊고 살지는 않은가? 정호승 시인은 말한다.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잊어버렸다고. “자신의 마음을 여행하며, 한번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이어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가 말한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 시간이다’를 화두처럼 꺼내든다. 어쩌면 사랑은 규정할 수 없는 뭔가를 간신히 단어 안에 가둬 놓은 추상적인 개념은 아닐까? 하지만 시인은 단언한다. 고통과 용서를 통해서만 온전히 사랑이 완성된다고. 자신의 시를 낭송하며 대신인과 호흡하는 정호승 시인, 그의 강연이 빛을 발한다.
‘여행’, ‘풍경 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바닥에 대하여’, ‘산산조각’, ‘수선화에게’ 등 총 여섯 편의 시가 깊은 서정을 매개로 깨달음의 도구로 현현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보듯 그늘과 눈물이 시인이 말하는 사랑의 절대 조건이다.
‘산산조각’이 준 위로의 선물
강당 안은 적요 속에서 다양한 몰두의 풍경을 그려간다. 쉴 새 없이 받아 적는 이, ‘풍경 달다’의 노랫말에 심호흡 하는 이, 서로를 쳐다보며 무언의 마음을 전하는 이…. 시인이 준비한 오감의 향연에 초대돼 일상의 더께는 어느새 사라지고 온전한 평온만이 남는다. “제 인생의 고통은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고통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죠.” 비단 ‘연꽃이 진흙을 필요로 하듯 행복은 고통을 필요로 한다’라고 말한 탁닛한 스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랑은 늘 고통을 예비한다. 하지만 시인은 고통을 응시하라고, 제대로 껴안으라고 주문한다. 그의 시 ‘바닥에 대하여’에서도 바닥(고통)은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준비하면서 아흔다섯이 넘은 노모의 “시는 슬플 때 쓰는 거다”란 한마디를 내내 잊지 않았다고 한다. 시는 쓰는 게 아니라 깃드는 것이라 했던가. 시를 짓는 일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붙여 결국 깃들게 하는 과정 아닐까? 격정적인 강연이 이어지고 시인은 또 한편의 시를 꺼낸다. 바로 ‘산산조각’이다. 특히 마지막 4행인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를 힘주어 낭송한다. “제가 쓴 모든 시 중에서 위로가 되는 시 한 편만 꼽자면 단연 ‘산산조각’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이 시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받아주실 건가요?”
가족, 매 순간 나를 일으키는 기적
정호승 시인은 사랑과 고통은 동의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주 상처받고, 고통 받는다. 사랑의 근원적인 대상은 가족일 터. 시인은 마지막으로 준비한 동영상을 스크린에 띄운다.
2014년 12월 24일,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를 배경으로 한 가족이 등장한다. 처참한 폐허, 악전고투 속에서 기어이 되찾은 가족. ‘가족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매 순간이 기적이다’란 내레이션이 흐르며 마무리된다.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인들, 먹먹한 듯 한동안 고요에 잠긴다.
다시 오늘의 주제인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강연은 고통과 용서, 사랑과 가족을 소환하며 마무리됐다. 이어 100여명의 대신인이 직접 포스트잇에 적은 ‘정호승 시인에게 듣고 싶은 한마디’가 시인 앞에 놓인다.
시인이 되고자 한 계기에서부터 왜 시를 쓰는지, 극복과 견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에 진심을 담아 답하는 정호승 시인. 임직원의 요청에 빠짐없이 기념 촬영을 하고, 이렇듯 멋진 공간에 일부러라도 다시 찾겠다며 흐뭇한 미소를 건넨다. 멀리 명동성당에 바람이 분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달았다던 풍경에 마음이 울린다.
‘서정이란 물기가 마르면 시라는 나무는 죽는다’라고 했던 정호승 시인, 그의 강연은 대신인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시를 빌려 말할 것이다. “외로우니까 사랑이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릴 만큼 사랑할 것이다. 우리는 고통 없는 희망을 거절할 것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추천 도서
평소 시인은 ‘서재는 어머니의 품속이고, 책은 영혼의 모유’라고 말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독서를 생활화하며 하루하루 영혼을 살찌우고 있다. 그가 추천한 고통, 용서, 사랑에 대한 4권의 책.
1. 다 지나간다
13억 중국인의 정신적 스승으로 추앙 받는 지센린의 산문집
2. 최초의 신부 김대건
후배 시인인 이승하가 쓴 김대건 신부의 처절한 순교 서사
3. 탕자의 귀향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제이자 교수인 헨리 나우웬이 써 내려간 영적 여정
4.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자전 수기
글 이원덕 ┃ 사진 박근완
발췌_대신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7 | vol.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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